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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지가게 이야기 4 - 간결함의 가치

가라지가게 이야기 4 간결함의 가치, 디자인의 디자인(하라켄야, 2017 기념판) 기고

가라지가게는 간결함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네 번째 가라지가게의 이야기는 좀 거창합니다.

20078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설계공모결과가, 지금은 타계한 영국에서 활동하는 이라크 여성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안으로 발표 되었을 때, 한국에서 건축을 하는 후배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푸념을 했습니다. “나는 DDP처럼 비정형 구조물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다루지도 못하고, 요새 유학하고 오는 친구들은 parametric (컴퓨터안에서 다양한 수학공식을 이용하여 복잡한 매개변수들을 조정해 가며 형태를 만드는 디자인 방법)이다 뭐다 해서, 앞으로 건축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러다 그냥 뒤쳐져 버리는 거 아닌가 걱정이 돼요.”

그 당시 는 비정형 건축 프로젝트의 디자인 감리(설계 완료후, 시공도면과 디자인 의도에 맞게 건물이 지어지도록 관리하는 업무)를 해 본 경험이 있었습니. DDP 같은 비정형 구조물은 그 형태가 복잡하기 때문에, 시공할 때는 건축가가 자기 앞에 놓여진 여러 시공방법들 중에 가장 간결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요. “너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들을 위해 네가 할 일은, parametric 프로그램의 다양한 매개변수들을 조절해서, 현란한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아니고, 그들이 가져오는 다양한 요구조건들을 가장 간결한 방식으로 정리를 해주는 거야.”

경험에 의하면, 프로젝트 의뢰인이 종종 요구하는 “싸고 좋게” 처럼 서로 상충하는 조건들은 요구하는 것이 다반사입니. 제품 디자인으로 말하자면, (제품이 지속 해야 하는 브랜드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트렌드에 부합하여야 하며), (보수적 시장상황에 대해 순응하는 하면서도 새로운 비젼을 내세우며 새로운 영토로 확장하는 시도하는 투쟁의 자세를 가져야 하고), (튼튼한 내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시각적으로 경쾌한 외관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고), (생산단가를 줄이면서 제품의 질은 올리며), (‘이것으로 충분한 양품’의 합리적 가격책정과 과시욕을 유발할 수 있는 고가의 가격책정을 함께 고려하며), (대량생산방식을 전제로 소량주문제작방식을 모색하고), (풍부한 스토리를 품으면서도 간결한 메시지로 제품의 핵심을 전달하고), (구매자가 요구하는 다양한 요구사항에 대해서 일관성 있는 대응방법을 매뉴얼화 하고), (SNS를 통한 입소문과 광고물량폭탄을 함께 기획하며), (기업의 이윤추구의 속성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의 강조하는 것으로 이미지 세탁하는) 등등… 서로 모순되지만 함께 가야 할 상황이 많은 프로젝트의 전제 조건이 됩니. 이런 혼란된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프로젝트를 잘 이루어 낼 방법이 있을까? 조언을 하자면, 그 상황에서 가장 간결한 방식으로 사안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것입니. 그렇게 지나고 보면, 프로젝트가 크게 손상되지 않았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됩니.

간결함은 모더니즘의 미덕입니. 산업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19세기 말에도, 공예품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지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물건들은 조악함의 상징이었지만, 모더니즘의 간결함은 그러한 물건들이 좋은 질을 가지면서도, 가격을 낮추어, 대중들이 그 물건들을 구매 할 수 있도록 했습니. 그리고 대중은 물건의 효용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가치도 함께 누릴 수 있었지요.

2차 대전 이후의 세계는 전례 없는 경제적인 풍요 속 에서 이러한 가치는 널리 통용 되었는데, 널리 알려진 “Less is more.”는 디자인의 금과옥조가 되었습니.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치가 시간 속에서 탈색이 되면, 스타일이 됩니다. 모더니즘의 경우 그게 미니멀리즘입니. 미니멀리즘은 원래 모더니즘이 가졌던 생기를 잃고, 20세기말에 19세기 말 공예품처럼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되었습니.


1990년대의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금융자본세계에서는 ‘시장’을 이성이나 도덕의 통제를 받지 않고 사람들의 욕망을 무한히 추구할 수 있도록 복잡한 원리로 포장을 해 왔습니. 그것이 새로운 부와 시장을 개척하는 도깨비 방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원리 중의 하나가 도시적 욕망을 가공하여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재창조 하는 것이었지요.

일본의 버블경제가 한창인 1980년에 시작한 MUJI는 버블이 터지고 난 후 ‘잃어버린 20년’동안 엄청난 성장을 하였습니. 하라 켄야에 의하면, 이 시대에는 ‘이것이 좋다’가 아니라 ‘이것으로 충분하다’를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며, 이 목표가 잃어버린 20년의 시대상황과 부합한 결과입니. 이 목표는, 디자인으로 말하자면, 일상적 편안함과, 간결함으로 달성될 수 있습니.


하라 켄야는 간결함 속에서 새로운 가치관과 미의식을 발견해 낸 만들어낸 것이지요. MUJI를 통해 다시 등장한 일상적 간결함은 대량생산품의 질적 향상을 가져왔던, 모더니즘의 간결함과는 다른 가치를 가집니. 모더니즘의 간결함이 대량생산의 조악함을 극복하여 제품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면, MUJI의 일상적 간결함을 과잉생산을 극복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 이런 간결함, 새로운 시대의 가치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새로운 시대’라고 하면, 고도의 성장동력을 가진 유토피아 일 것이라고 생각합니. 그러나,꼭 그래야 하는 법은 없습니. 오히려 고도성장으로 인한 거품과 사회적 모순들이 터지고, 성장통을 감내하여야 하는 저성장사회가 우리가 마주할 ‘새로운 시대’라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을테지요.


제품 디자인으로 말하자면, 일상적인 재료를 가지고, 어느 것 하나 뺄 것 없는 물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쓰일 수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되, 제작공정을 단순화하여, 알맞은 가격으로 대중이 구매가 가능한 물건들을 만드는 것이지요. 이것이 ‘이것으로 충분한’ 새로운 저성장 사회의 미덕이고, 가치가 될 것입니. 간결함이 새로운 시대의 지속 가능한 가치가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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